
오늘 저메추가 정해준 메뉴
물냉면은 메밀면을 차가운 육수에 말아 먹는 평양식 냉면에서 이어져 온 여름 별미의 왕좌다. 슴슴한 육수의 깊은 맛은 처음엔 밍밍해도 먹을수록 빠져드는 어른의 맛으로 통한다. 무더운 여름 점심, 고기 구운 뒤 마무리 식사로 최고의 자리를 지킨다. 전문점 기준 1만 원대 초반이며, 식초와 겨자를 넣는 타이밍이 저마다의 노하우다.
평양냉면의 슴슴한 육수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때로 꿩고기까지 섞어 우려 차게 식힌 것으로, 첫 방문에는 밍밍하다가 세 번째쯤 중독되는 유명한 곡선을 그린다. 순면(메밀 100%)을 내는 집은 면이 뚝뚝 끊기는데 그것이 메밀의 증거다. 식초와 겨자는 육수 맛을 먼저 본 뒤 넣는 것이 예의라는 평냉 문화도 이 음식의 재미다.
한 그릇 450kcal 수준으로 여름 점심의 가벼운 선택지이며, 고기 구운 뒤 마무리 냉면은 불판의 기름기를 씻어 주는 역할까지 한다. 갈비나 만두, 수육을 곁들여 선주후면으로 가는 것이 냉면 노포의 정석 코스다. 을지면옥 계열, 의정부 계열 같은 평냉 계보를 따라 순례하는 마니아 문화도 이 국수의 특권이다. 본래 평양에서는 한겨울 온돌방에서 이가 시리게 먹던 겨울 음식이었다는 사실이 반전인데,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동치미 국물이 어는 계절에만 가능했던 사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