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저메추가 정해준 메뉴
짬뽕은 돼지기름에 볶은 채소와 해물을 매운 육수에 끓여내는 한국식 중화 면 요리로, 화교들의 초마면에서 진화했다. 불맛 입은 얼큰한 국물은 해장과 술안주를 동시에 소화하는 팔방미인이다. 비 오는 날, 숙취가 있는 날, 얼큰함이 당기는 모든 날에 소환된다. 중식당 기준 1만 원 안팎이며, 짜장면과의 선택 갈등은 짬짜면이 중재한다.
짬뽕의 조상은 나가사키에 정착한 푸젠성 화교들이 만든 초마면으로, 한국에 와서 고춧가루를 만나 붉게 진화했다. 좋은 짬뽕의 기준은 불맛인데, 웍에서 채소와 해물을 태우듯 볶다가 육수를 부어 내는 순간의 향이 국물에 남아 있어야 한다. 홍합 껍데기만 수북한 짬뽕과 오징어, 새우가 실하게 든 짬뽕의 격차가 큰 만큼 잘하는 집을 찾는 보람이 있는 메뉴다.
한 그릇 700kcal 수준으로 국물 면 요리 중 묵직한 편이며, 굴짬뽕(겨울 한정)과 차돌짬뽕, 백짬뽕 같은 파생형이 계절과 취향을 커버한다. 해장 수요와 술안주 수요를 동시에 소화하는 드문 음식이라 낮과 밤의 얼굴이 다르다. 탕수육 소스가 남았다면 짬뽕 국물과 번갈아 먹는 단맛-매운맛 왕복이 중식당의 숨은 재미다. 짬뽕이라는 말 자체가 뒤섞는다는 뜻의 일본어 찬폰에서 온 것으로, 이제는 서로 다른 것을 섞는 행위를 가리키는 일반명사의 지위까지 얻은 드문 음식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