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 국물에 포슬하게 익은 감자, 부드러운 닭고기. 반찬 없이 밥 한 그릇 비우기 좋은 메뉴가 닭볶음탕입니다. 겉양념만 진하고 고기는 밍밍한 결과물이 나오기 쉬운데, 원인은 대부분 졸이는 시간을 못 참는 데 있습니다. 순서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닭도리탕이냐 닭볶음탕이냐

이 음식은 오랫동안 '닭도리탕'으로 불렸습니다. '도리'가 일본어로 새를 뜻하는 '토리'에서 왔다는 설과, 우리말 '도리다(잘라내다)'에서 왔다는 주장이 오래 대립해 왔고, 국립국어원은 일본어 잔재 가능성을 고려해 '닭볶음탕'을 순화어로 채택했습니다. 이름이야 어느 쪽이든, 고춧가루가 보급되면서 닭찜·백숙 계열 요리가 매콤한 국물 요리로 진화한 음식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원래는 국물이 자작한 볶음에 가까웠는데 밥 비벼 먹기 좋아하는 입맛에 맞춰 점점 탕과 찌개의 중간 형태가 됐습니다.

재료 (3~4인분)

닭은 절단육 1마리(800g~1kg, 볶음탕용), 채소는 감자 2개, 양파 1개, 당근 반 개, 대파 1대, 청양고추 2개, 물 600ml를 준비합니다.

양념 배합은 고춧가루 3큰술, 고추장 2큰술, 진간장 5큰술, 국간장 1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설탕 2큰술, 물엿 1큰술, 맛술 2큰술, 후추 약간입니다. 고추장을 더 넣으면 국물이 텁텁해지니 매운맛은 고춧가루 쪽으로 올리는 게 낫습니다.

조리 순서

  1. 끓는 물에 씻어둔 닭을 넣고 3~5분 데칩니다. 불순물과 뼛가루, 기름기가 빠져 국물이 눈에 띄게 깔끔해집니다. 데친 닭은 찬물에 가볍게 헹굽니다.
  2. 감자와 당근은 큼직하게 썰어 모서리를 둥글게 깎습니다. 끓는 동안 부서져 국물이 탁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양파는 큼직하게, 대파와 고추는 어슷 썹니다.
  3. 넓은 냄비에 데친 닭, 감자, 당근을 넣고 물 600ml를 부은 뒤 양념을 설탕까지 전부 처음부터 넣고 센 불에서 끓입니다. 설탕을 나중에 넣으면 겉만 달아지고 양념이 겉돌기 때문에 처음부터 함께 끓이는 편이 낫습니다.
  4. 팔팔 끓으면 중불로 줄이고 뚜껑을 덮어 20분간 익힙니다. 고기와 감자 속까지 간이 스며드는 구간이라, 여기서 15분 만에 열어보고 싶은 걸 참는 게 사실상 이 요리의 전부입니다.
  5. 감자가 포슬하게 익으면 양파, 대파, 청양고추를 넣고 5분간 국물을 졸이듯 더 끓이면 완성입니다.

실패 포인트

제가 겪어본 실패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데치기를 생략해서 국물 위에 기름과 거품이 둥둥 뜨는 것, 다른 하나는 물을 너무 많이 잡아 닭백숙 비슷한 밍밍한 국물이 되는 것입니다. 물은 재료가 다 잠기지 않아도 됩니다. 뚜껑을 덮고 끓이면 채소에서 수분이 상당히 나옵니다. 시간이 있다면 조리 전 생닭을 우유에 20~30분 담가두세요. 누린내가 줄고 육질도 부드러워집니다.

국물 농도도 흔한 고민입니다. 다 끓였는데 국물이 흥건하다면 마지막에 뚜껑을 열고 센 불로 3~4분 졸이면 되는데, 이때 국자로 국물을 떠서 닭 위에 끼얹어가며 졸여야 겉면에 양념이 코팅되면서 색이 진해집니다. 반대로 너무 졸아붙었다면 물 대신 뜨거운 물을 반 컵씩 부어야 온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찬물을 부으면 끓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감자가 뭉그러집니다.

매운맛 조절이 필요한 집이라면 방향이 두 갈래입니다. 아이와 같이 먹는다면 고춧가루를 2큰술로 줄이고 청양고추를 빼는 대신 설탕을 그대로 유지하면 순한 버전이 되고, 더 맵게 먹고 싶다면 고춧가루 대신 청양고춧가루를 절반 섞거나 베트남고추 2~3개를 통째로 넣었다가 먹기 전에 건지면 국물이 탁해지지 않으면서 매운맛만 올라갑니다.

부위별·재료별 변형

절단육 한 마리 대신 부위를 골라 쓰면 결과물이 꽤 달라집니다. 닭다리(북채)나 넓적다리로만 하면 살이 퍽퍽해질 걱정이 없어 초보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가격은 절단육보다 kg당 23천 원 정도 비싸지만 버리는 부위가 없어 체감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닭가슴살은 오래 끓이는 이 요리와 상성이 나빠 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날개와 봉만 모아 만들면 콜라겐이 많이 우러나 국물이 걸쭉해지는데, 살이 적으니 밥반찬보다는 안주 쪽에 가까운 결과물이 됩니다. 2인 가구라면 절단육 한 마리 대신 닭다리 45개(약 600g)에 물 400ml, 양념은 전체의 2/3로 줄이면 딱 맞습니다.

채소도 응용 폭이 넓습니다. 감자 대신 고구마를 넣으면 단맛이 올라가 아이들이 좋아하고, 무를 나박하게 썰어 넣으면 국물이 시원해져 술 마신 다음 날 해장 겸용이 됩니다. 깻잎을 마지막에 한 줌 찢어 넣으면 향이 확 달라지는데, 호불호가 있으니 절반만 넣어보고 판단하세요. 묵은지가 있다면 반 포기를 씻지 않고 통째로 넣어보세요. 김치닭볶음탕이 되는데, 이 경우 고추장을 빼고 설탕을 1큰술 늘려야 신맛과 균형이 맞습니다.

남은 닭볶음탕 보관과 두 번째 끼니

닭볶음탕은 끓인 직후보다 식었다 다시 데운 다음 날이 더 맛있는 음식입니다. 식는 동안 양념이 고기 속까지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냉장 보관은 3일까지 무난하고, 데울 땐 물을 두세 큰술 넣고 약불에서 뚜껑을 덮어 천천히 데워야 고기가 퍽퍽해지지 않습니다. 전자레인지는 겉만 뜨거워지고 살이 질겨지니 냄비를 권합니다. 냉동한다면 감자는 골라내세요. 감자는 얼었다 녹으면 스펀지처럼 푸석해집니다.

사리를 넣는다면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떡사리는 마지막 5분 구간에, 당면은 미리 불려두었다가 불 끄기 2~3분 전에 넣어야 국물을 다 빨아들이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넣으면 국물이 사라지고 냄비 바닥이 눌기 쉽습니다.

다 먹고 남은 국물은 버리지 마세요. 밥과 김가루, 참기름을 넣고 볶으면 닭갈비집 마무리 볶음밥과 같은 원리로 한 끼가 더 나옵니다.